박이도 Korea, 1983
박이도는 보편적 삶과 주변 환경을 실상과 허상의 경계에서 조망하고 그 사이에서 작용하는 회화의 기능을 탐구한다. 예측할 수 없는 시대 변화 속에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자전적 스토리로 풀어내 온 그는 오일 페인트와 믹스 미디어 위로 겹겹이 쌓이고 스며드는 밀랍의 입체적, 촉각적 질감을 매체의 중요한 역할로 두고 캔버스 위 회화의 기법적 다면성을 시도해 왔다. 이러한 평면의 실제 두께는 촉각을 환기시켜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화면에 원근의 효과를 부여하고 새로운 감흥을 불러온다. 그는 작품 제작의 물리적 과정과 감상의 경험적 행위를 강조함으로서 동시대 디지털 기술을 마주하는 화가로서의 고뇌를 표상한다.
화가가 무언가를 묘사한다는 행위는 단순히 그 대상의 구현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빛, 온도, 계절, 감정, 시간대 등의 시지각 영역 밖에 머무는 비물질적 요소까지 아우름을 뜻한다. 즉, 하나의 대상을 주제로 승화시키고자 그 외부의 모든 현상을 평면에 구축하는 ‘있음 직한 현상계’를 창안하는 것이다. 단순히 추상성을 배가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박이도의 작품에서 밀랍의 재료적 특성이 만들어내는 누적된 레이어들과 축적은 화면에 공기, 광량, 습도 등 비가시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깊이를 더한다.
박이도는 프랑스 디종 보자르(E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 et de Design de Dijon)와 스트라스부르그 아르데코(Haute école des arts du Rhin)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박이도는 챕터투(2023), 인천아트플랫폼(2020), 모란미술관(2018),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2017), 플랫폼엘(2017), 보자르 아카데미(2012) 등에서 전시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