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피셔 Germany, 1987
앤디 피셔는 원시적인 선 작업과 단순한 색채의 구상 회화를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 화풍을 구축하고 동시대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포용한다. 완전히 채색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끄적이듯 그려진 거친 마무리는 어린아이의 낙서를 연상시키며 아트 브뤼(Art Brut)의 특징을 보인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보이는 경계 없는 표현력과 내재된 스토리텔링에 주목한 작가는, 그 형태적 자유로움을 표방하는 동시에 자신의 미술사적 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미학을 발전시켰다.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에도 일관되게 보이는 앤디 피셔 특유의 표현력은 하나의 개성으로 인지되어 어느새 보는 이를 동화시킨다. 그는 의도적으로 모순적 경험을 유도하며 예술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한계를 증험하게 한다.
그의 작품 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자연친화적 모티프는 서양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에서 차용되었지만 전통적인 상징은 배제되고 작가와 관객의 모던한 시각을 통해 제약 없이 재해석된다. 오일스틱(oilstick)을 주재료로 한 빠른 스케치의 화면 구성은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으나 순간을 포착하듯이 묘사된 야생 동물의 몸짓, 장난스러운 표정 이면의 미묘한 긴장감, 흰 바탕의 여백과 대담한 색조합의 추상성, 등장 요소 간의 부조리한 배열 등을 통해 유쾌한 해방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조화를 완성하기까지 고뇌해 온 습작의 과정을 가늠할 수 있으며, 이는 고립된 양식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창작자로서 자립하고자 했던 작가의 집념을 내포한다.
앤디 피셔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2018년 베를린 예술 대학을 졸업하고 권위 있는 TOY Berlin Masters Award를 잇달아 수상하며 유럽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팔마 데 마요르카 개인전(Palma de Mallorca, 2023)을 비롯해 벤스하임 박물관(Museum Bensheim, 2022), 울름 예술협회관(Kunstverein Ulm, 2020)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마드리드 블랑카와 보르하 티센-보르네미사 컬렉션, 홍콩 버거 컬렉션, 멕시코시티 AMMA 재단, 라이프치히 힐데브란트 컬렉션 등에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