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 Kim Sang Gyun
갤러리바톤은 김상균(Kim Sang Gyun, b. 1967) 작가의 개인전을 12월 11일부터 2016년 1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일제 강점기에 현재의 서울인 경성(京城)에 들어서기 시작했던 식민지풍 건축물의 외형적 특질에 기반을 둔 신작 조각과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식민 지배 세력의 주도 아래 시내 중심부 요소요소에 속속 세워졌던 신고전주의 양식의 주요 관공서와 상업 건물들은 건축물이 가지는 기능적 가치 이외에, 구시대와의 결별을 서양의 선진문물 체계를 갖춘 일본 제국주의가 주도하였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선전 구조물(Propaganda monument)의 역할도 수행하였다. 이오니아 기둥이 떠받치고 있던 조선은행, 석재와 철골 콘크리트의 절제미와 양감이 강조된 화신백화점, 구(舊) 조선호텔 등은 기와지붕 또는 목재로 대표 되던 조선시대의 건물과 확연한 대조를 이루며 의도치 않게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나타내는 하나의 사회적 징표로서 기능하였다.
작가는 20세기 초반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를 휩쓸고 지나갔던 전체주의 열강의 침략과 수탈의 아픈 기억과 흔적들이 사진 매체 또는 드물게 구도심에 남아있는 식민지풍의 실제 건물의 존재를 통해 환기되고 상징됨에 주목하였다. 장식적인 구성과 의장으로 특징되는 대상 건물의 전면인 파사드(Facade)를 스케치하는데서 작업은 시작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스티로폼으로 틀을 구성하고 콘크리트(Grout)를 붓는 캐스팅 작업을 거처 하나의 피스(Piece)를 추출하고 이러한 피스를 군집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며, 차용된 건물의 다양한 파사드 형태로 인해 최종 결과물은 고부조(High relief)와 저부조(Low relief)가 혼용된 시멘트 부조의 형태를 띠게 된다.
여러 건물의 외형으로부터 파생된 피스들을 인위적으로 배열하여 하나의 조각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과거를 의식하고 체계화하는 방식을 설명하고자 한다. 완전한 개별 이미지들이 순차적으로 심상에 투사되며 특정 시대를 정확히 관념화하는 방식이 아닌, 각종 매체로부터 무작위 적으로 흡수한 이미지의 편린들이 혼재되며 흐릿한 형상으로 기억하는 우리의 인지 방식은 그의 작품의 시각적 형태와 방법론적 유사성을 가진다.
건축을 매개로한 현대미술의 장르를 개척한 고든 마타 클락(Gordon Matta-Clark, 1943-1978, American)이 상황주의(Situationism)적 관점에서 건물 자르기(Building Cuts)라는 행위를 통해 도시 공간과 건물들의 권위를 해체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면, 김상균의 작업은 도시의 확장, 산업화와 상대적 가치 상실 등에 의해 사라져간 건물들의 외형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일견 상반된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확대-배열(특정 파사드의 일부분을 차용 후 가로 세로로 불특정하게 배열)’ 방식은 특정 건물의 외형을 오롯이 재현하여 그 건물이 해당 시대에 향유하던 지위에 대한 노스탤지어(Nostalgia)를 불러오기보다는, 해당 건물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해체하고 부여되었던 권위를 부정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기에 고든(Gordon)의 예술 철학의 연장선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콘크리트라는 재료의 사용을 통해 지금 이 시대, 현재적 공간에 존재하는 건물들도 인위적인 산물이자 태생적으로 과거의 건물들과 같은 운명의 여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 조소과 학석사와 뉴욕 주립대(SUNY)에서 MFA를 마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일민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서 활발한 전시를 이어온 김상균 작가의 갤러리바톤 첫 번째 개인전은 12월 11일부터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