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지마 타츠오: 모든 것은 연결된다
갤러리바톤은 11월 26일부터 2021년 1월 8일까지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타츠오(Tatsuo Miyajima, b. 1957)의 개인전, 《Connect with Everything(모든 것은 연결된다)》을 개최한다. LED, IC 등 전자 소재가 가진 시각적 기능성을 자신의 조형언어로 승화시킨 미디어 기반 작업으로 국제적 명성을 이어온 미야지마는 이번 전시에서 대표작인 LED 시리즈 및 최근작인 페인팅까지 자신의 작가 커리어를 아울러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특히, 미국 내 첫 대형 미술관 개인전이었던 2019년 산타바바라 미술관(Santa Barbara Museum of Art, US) 전시를 시작으로 작가를 포함한 여섯 명의 일본 현대미술 거장들의 특별전인 모리미술관(Mori Art Museum, Japan)의 《STARS》전과, 치바 시립미술관(Chiba City Museum of Art, Japan) 개인전 《Chronicle 1995–2020》가 현재 열리고 있는 등 작가에 대한 국제 미술계의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리는 국내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미야지마 타츠오와 함께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점멸하는 숫자 LED(발광 다이오드)는 1986년 도쿄 예술 대학(Tokyo University of the Arts)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제43회 베니스 비엔날레》(1988)의 연계 행사로 열린 《Aperto '88》전에서 선보인 〈Sea of Time〉(1988)이 시초이다. 300개의 점멸하는 LED는 각기 다른 속도로 0을 제외한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차례대로 반복하는데, 여기서 단위 LED는 '시간'이라는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인 개념이 하나의 존재에 결부되어 있다는 가정하, 카운트다운의 속도 차를 매개로 그 대상들의 개별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1998년 일본 나오시마 섬의 Kadoya house에 영구 설치된 〈Sea of Time ’98〉(1998)은 총 125명의 섬 거주민이 time-setting을 통해 개별 LED의 속도를 설정하였다.
이러한 소재적 특성을 가진 LED는 미야지마의 작가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Keep changing, it connects with everything, it continues forever.)"를 유용하게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일상생활 및 산업 전반에 걸친 흔한 소재를 매체로 선택하고 수십 년에 걸쳐 작업해 옴은 작가로서의 비범성을 드러내게도 하는데, LED라는 단순한 메커니즘의 이점인 세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담보로 '시간의 개념과 그 이해의 시각화'라는 거대 담론을 다루어 왔기 때문이다. 군집의 형태로 설치된 동일한 크기의 LED는 의미론적으로 모든 사물의 기초 단위이자 한 사회, 세대, 국가 등에 대한 은유로 치환될 수 있기에, 역사적 사실이나 사회 현상에 대한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확장하는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제48회 베니스 비엔날레》(1999) 일본관에서 선보인 〈Mega Death〉(1999)는 총 2,400개의 청색 LED가 끊임없이 숫자를 카운트다운하는 대형 설치작으로 각 LED는 20세기 각종 전쟁과 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뜻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오랜 준비와 탐구의 결실인 〈Unstable Time〉과 〈Hiten〉 시리즈가 첫선을 보인다. 미야지마의 기존 작업이 철제 구조물 또는 벽체, 단단한 바닥에 고정되는 형태로 시현되었다면, 이번 새로운 시리즈들은 천에 기하학적 패턴으로 박음질 되어 있거나, 불규칙한 형태로 배열된 나무판 위에 하나씩 위치한다. 기존 작품들이 숫자의 형태와 기계적 시간성의 엄격함과 긴장, 그리고 산업용 소재인 LED가 가진 차가운 물성을 강조하는 외양을 띠었다면, 신작들은 천과 작은 크기의 나무판이 허용하는 형태의 자율성에 힘입어 보다 유동적이나 동시에 불규칙한 형태를 보인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의 역작인 액체 근대 『Liquid Modernity』(2000)에 언급된 세 가지 조건(불확실성에서의 생존, 지속적인 위험 노출, 과감한 행동 필요)의 미술적 시현으로도 보일 수 있는 이러한 시리즈는, 작품의 제목과 더불어 지구 온난화 등 인류가 야기한 각종 자연재해와 팬데믹으로 인한 삶의 근본적인 환경 변화를 목도하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온 그 만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야지마 타츠오는 상하이 민생미술관(Shanghai Minsheng Art Museum, Shanghai, 2019), 산타바바라 뮤지엄(Santa Barbara Museum of Art, Santa Barbara, 2019), 시드니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Sydney, 2016), 멧 브로이어(The MET Breuer, New York, 2016), UCCA 현대미술센터(UCCA Center of Contemporary Art, Beijing, 2011), 아트선재센터(2002),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an Fransisco Museum of Modern Art, San Francisco, 1997), 취리히 현대미술관(Kunsthalle Zürich, Zürich, 1993), 히로시마 현대미술관(Hiroshima City Museum of Contemporary Art, Hiroshima, 1990) 등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UK), 테이트 컬렉션(Tate Collection, UK), 까르티에 재단(Fondation Cartier, France),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USA)을 포함한 미국 내 주요 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of Art Chicago; Dallas Museum of Art; Denver Ar Museum; 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 그리고 한국의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