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서: Her Sides of Us

27 August - 29 Sept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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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지니 서(Jinnie Seo, b. 1963)의 개인전 《Her Sides of Us》를 8월 27일부터 9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지니 서의 작업은 자신의 의식에 기억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특정한 순간의 포괄적인 감정에서 출발한다. 그 감정의 타래를 세심하게 풀어내어 독립적인 조형 관념의 형태로 만들고 그것을 현실의 세계에서 구체화하는 것이 지니 서의 고유한 창작 루트이다. 감정은 주체와 특정한 공간 및 사물과의 상호 관계에 의해 생겨나기에 대부분 경험의 파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니 서 설치 작품이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형태를 지향하는 이유와도 연관된다. '체험적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관람객들과 시각적으로 구체화된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고 대리적으로 느끼도록 유도한다.

 

갤러리의 직사각형 화이트 큐브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Copper Open Cube Sculptures〉가 설치되어 있다. 크기는 가변적이나 일률적으로 지상에 닿을 듯 설치되어 있는 입방체는 얇은 구리 막대의 단위 직사각형 패턴이 반복된 형태로 천장에 고정되어 있다. 모듈화된 구조가 정격(正格)성을 띠며 추상적 외양을 보이는 지니 서의 작품이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은 이유는, 일반적인 미니멀리즘 계열 작품의 기본적 요소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군의 작품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되는 매쉬 펜스(mesh fence)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건축적 요소로서의 벽체는 차음과 차광, 공간의 방어와 구획이라는 필수 요소를 포함해야 하지만, 는 전시장에서 공간 구획의 기능만 담당한다. 관람자들은 펜스의 기능성을 차용한 작품에 의해 전시장의 중심부로 유도되는데, 일반적인 전시 관람이 개개인의 자율적 행동 패턴으로 이루어진다면 여기에서는 작가가 설계한 동선에 따르게 된다. 작품의 외각을 따라 설계된 동선은 관람객을 〈Our Sides Illuminated (for My Father)〉(2020)와 조우하게 한다. 곡면으로 유려하게 가공된 6.5m의 대형 우드 패널에 작가에게 '진실(Truth)'을 떠올리게 한다는 파란색이 선명하게 도포된 작품은, 압도적인 존재감과 함께 세밀하게 그려진 금은색 실선의 군집들이 상승하는 듯한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숭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선을 따라 유기적으로 이동하는 관람자들은, 지니 서의 작품에서 정태적이지 않고 작가의 재현 의도를 비로소 완성해 주는 능동적 요소이다. 〈Copper Open Cube Sculptures〉를 투과하여 보이는 다른 관람자의 모습은 신체의 모든 부분이 격자 형태로 분할되어 마치 확대된 망점의 연속적인 점멸처럼 시현되는데, 타자와 나 사이의 거리와 상호 간의 이동이 연속적으로 빚어내는 스펙터클은 엄격한 공간에 생동감을 불러오고 서로가 척도(measure)로 기능하게 한다. 관람자는 즉각적으로 각각의 작품이 독립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감흥에 집중하고자 하지만, 이는 작가의 궁극적인 의도에는 못 미친다. 동선을 따라 의도적으로 설계된 관람자 간의 상호 간섭과 연계하여 모든 작품을 대면하고 나서 느끼게 될 감정의 총합과 여운은, 비로소 작가가 구현하고자 했던 '체험적 공간’의 의도를 충족한다.

 

“체계의 개별 부분은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을 둘러싼 논리에서 타당하게 쓰이는지가 중요하다"라는 댄 플래빈(Dan Flavin, 1933-1996)의 언급은 지니 서의 창작론을 이해하는데 무척이나 유용하다. 서로 독립적으로 보이는 작품들을 병치하고 접속을 유도하여 하나의 단일한 심상과 주제를 구축하는 작가 고유의 리좀적(rhizomatic)인 접근 방식은, 한층 정교하고 성숙된 방식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펼쳐질 것이다.  

    

지니 서는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생물학 학사 졸업 후 스코히건 회화조각학교(Skowhegan School of Painting and Sculpture)에서 수학하고 뉴욕대 회화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호림아트센터(2010),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2007), 싱가포르 국립박물관(2008), 몽인아트센터(2007), 합정지구(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2019년 아트바젤 홍콩 인사이트 부문에 갤러리바톤과 단독 전시로 참여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2015), 서울시립미술관(2004), 리움 삼성미술관(2006), 플라토 삼성미술관(2014), 밀라노 라 트리엔날레 박물관(Triennale di Milano, 2016) 등 유수 미술기관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해왔다. 그녀의 작품은 국내외 다수 기업에 소장돼있으며 현재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3층 윙에는 무려 1,500m에 달하는 설치 작품 〈Wings of Vision〉(2018)이 랜드마크처럼 자리하고 있고, 2019년 팔로알토 스탠포드 대학병원(Stanford Health Care at Stanford Hospital) 내 예배당 벽에는 페인팅 작품 〈Rays of Hope〉(2019)를 영구 설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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