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잔광(Faint Afterglow): 아키 이노마타, 배윤환, 박석원, 정희승, 함진, 수잔 송, 김옥선, 이재석, 최지목

11 January - 18 Februar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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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2023년 1월 11일부터 2월 18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국내외 9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 《Faint Afterglow(희미한 잔광)》을 개최한다.

작가 자신에게 모든 작품이 가진 일차적인 가치는, 이것이 어떤 형태로든지 자기 성찰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과거 경험한 사건에서 파생된 강력한 시각적 기억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고조되던 특정한 감정의 이미지화 일수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사회가 지켜오던 생활 양식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 “창작”은 작가가 그러한 사적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타자화” 시키며 묘사하고자 하는 대상을 선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어떤 대상이 기억에 잔재되어 있고 어떤 감정이 조형 의지로 촉발되는지는,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유형의 인간임을 말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런 증언의 최종 종착지인 작품에서 실체적 진실의 정확한 반영 여부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 자신에게 그 이벤트가 어떻게 각인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자신의 기억 속에서 갱신되어, 작품화되었는가이다. 결국,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유일한 존재인 한 작가를 매개로 그가 살아오고 경험해온 세상을 간접 체험하는 경이로운 행위이다. 특정한 세계관을 구축한 영화감독들이 연출이라는 행위를 통해 영상미로 그것을 구체화하듯이, 작품은 작가 자신만의 언어와 테크닉으로 심미성의 근원을 드러내는 고도의 연출 행위이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작가들의 선별된 작품을 통해 그 내밀한 기억과 경험의 원천을 탐색해 보는 자리이다. 작가를 추동했던 특정한 기억과 감정의 여운은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엷어진 틈을 메우는 상상력은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진실이고, 그가 누구인지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창이다. 영상, 조각, 사진, 페인팅, 설치 등이 혼재된 전시 공간은 삶과 우리 의식의 예측 불가능함을 압축해놓은 소우주로 분하여, 다채로운 미적 결정체로 승화된 심원한 감정과 경험의 단초를 숙고해 보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한편, 별도 전시 공간인 블루바톤에는 대형 스크린으로 NASA의 관측 위성이 근접 촬영한 태양의 모습이 반복 재생되는 가운데, 정희승의 흑백 사진, 배윤환의 얼음 조각, 수잔 송과 이재석의 페인팅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느슨하게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이 공간은 현대미술의 충분조건이기도 한 “동시대성”의 발현이 개별적 작품 단위가 아닌 의도적인 큐레이팅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이다. 특정한 주제 의식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인 조형 의지의 결과물인 각각의 작품들은 영상을 중심으로 병렬적이고 성긴 의미망을 구성하여, 전 지구적 환경 이슈인 지구온난화의 파생적 양상을 시뮬레이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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