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채영 KOREA, 2001
변채영은 기억과 육체의 관계를 탐구하며, 경험이 신체의 표면에 흔적으로 남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심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하고 직전의 경험조차 붙잡아두기 어려워지는 과정을 지켜본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객관적 사실과 다르게 변형되고 불완전하게 남는 기억의 특성에 주목하며, 기록과 망각 사이에서 지속되는 경험의 흔적을 회화로 탐색한다.
작품은 무의식적인 드로잉과 반복적인 붓질, 물감을 바르고 긁어내는 행위를 통해 형성된다. 진홍색, 적갈색, 호박색 안료를 두텁게 쌓아 올린 화면은 피부와 신체 내부를 연상시키며, 딱지나 흉터를 닮은 거친 질감은 시간이 축적된 육체의 표면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에게 그리기는 의식적으로 기억을 재현하는 행위라기보다 신체의 감각에 집중하는 과정이다.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물질은 층을 이루고, 그 표면에는 의식적으로 포착되지 않은 경험의 흔적이 남는다. 상처가 굳어가는 과정과 새살이 돋는 치유의 과정이 교차하는 화면은 기억이 보존되는 동시에 변형되고 지워지는 양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작업에서 몸은 기억을 온전히 보존하는 기록물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고 마모되며 끊임없이 변형되는 장소로 나타난다. 물질의 축적과 표면의 변화를 통해 작가는 기억과 망각, 경험과 감각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며, 언어로 온전히 포착할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을 회화의 물질성으로 드러낸다.
변채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졸업 예정이며,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챕터투 레지던시에서 작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