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벤츄라: L'automa

13 April - 21 May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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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자신만의 독특한 사진세계 구축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이탈리아 사진작가인 파올로 벤츄라의 첫 한국개인전을 연다. 특히, 이번에 전시될 〈Automaton(자동기계)〉는 그에게 평단의 호평과 함께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져다준 〈Winter Stories〉(2007-2008) 이후 2010년에 새롭게 시작한 주제(theme)이며 개인전으로는 갤러리바톤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됨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벤츄라의 신작인 〈Automaton(원제:L’automa)〉은 제국주의의 광기와 야욕이 결말을 향해 치닫던 2차대전 중의 베니스 지역에 위치했던 한 유태인 격리지구(Ghetto)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베니스 특유의 옅은 안개를 배경으로 각각의 사진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차별과 극한의 위협을 받아야 했던 유태인 거주지의 황량함을 잘 묘사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급조된 노상 서점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내, 후미진 담벼락을 등지고 곤돌라를 기다리는 남녀, 한때 지역 주민들로 붐볐을 법한 황량한 극장, 위태롭게 지붕 위에서 아래를 훑어보는 사내 등 그의 사진들은 마치 종군기자의 기록 필름인양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를 베니스의 옛 마을로 데리고 간다.

 

작품의 제목이자 동 시리즈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Automaton〉은 뜻밖에도 작가가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즐겨듣던 이야기에서 탄생했다. 아버지는 베니스의 유태인 격리지구에 살던 늙은 시계수리공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탄생시켜 어린 작가의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이는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함께 수십년 동안 그의 기억 속에 머물다가 이번 신작을 통해 비로소 우리에게 현실과 같은 허구로 다가오게 된다.

 

“숨어지내던 유태인들이 하나둘씩 끌려가던 1943년 베니스의 한 격리지구(Ghetto)에 늙은 시계 수리공이 마지막까지 숨어지내며 외롭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 그의 천직이던 시계 수리 일감도 끊기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서로 의지하던 가족과 친지들도 더이상 볼 수 없게되자, 그는 무료한 시간과 외로움을 잠깐이라도 떨쳐 볼 요량으로 ‘자동으로 움직이는 소년인형(Automaton)’을 만들게 되지. 외형은 조악하지만 수십년간 연마해온 시계 수리 기술로 인해 탄생한 ‘소년’은, 매일 저녁 6시 30분분마다 식탁에 앉은 채로 팔을 들어올려 건배를 외치며 외로운 노인의 친구 노릇을 톡톡히 했지.” (중략)

 

〈Automaton〉 시리즈에 등장하는 일련의 사진들은 늙은 시계 수리공의 시각에서 그가 평생 살아온 유태인 격리지구(Ghetto)의 마지막 모습을 담담히 묘사하고 있다. 스필버그의 〈쉰들러리스트〉(1993)의 장면 장면이 강렬했어서일까, 그의 사진들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낮설지 않다.놀랍게도 벤츄라는 마치 오페라 무대 감독인양 모든 작품의 디오라마(Diorama)를 직접 제작하여 최종 결과물인 사진 작품을 탄생시킨다. 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되 창조된 모든 공간의 실재는 그의 상상력의 결과이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 까지는 반복되는 상상, 스케치, 정교한 디오라마 제작, 다수의 폴라로이드 촬영을 통한 화각 및 콤포지션 결정, 최종 촬영이라는 긴 여정을 거치게 된다. 각 사진에 등장하는 배경 및 소품들은 실제하였던 시공간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아주 정교하다. 소품 하나 하나까지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알프레드 히치콕(1899-1980) 감독의 완벽에 대한 추구와 감히 견줄만 하다.

 

그의 근작인 〈War Souvenir〉, 〈Winter Stories〉 그리고 최근작인 〈Automaton〉 모두 2차대전 중의 이탈리아라는 사회적, 시공간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옛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그의 사진들은 마치 우리에게 실재했던 순간의 기록처럼 다가오며, 작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창조된 현실이 우리 각자의 사고 체계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예술적 표현 방식으로써) 내가 사진을 선호하는 이유는 어떤 사진이 의도적으로 정교하게 조작/촬영되었을 개연성이 있음에도, 우리는 그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창작물인 영화를 보러가서 울고, 흥분하고, 감동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들이 사진으로 본 것을 믿고자 한다.” — 파올로 벤츄라(Paolo Ventu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