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lopia: 칼 하무드, 옌 팡지
갤러리바톤은 《Diplopia(複視, 복시)》라는 주제로 스웨덴 작가 옌 팡지(Jens Fänge, b.1965)와 칼 하무드(Carl Hammoud, b. 1976)의 2인전을 5월 30일부터 6월 30일까지 개최합니다.
두 작가 모두 스웨덴을 거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Armory Show(NY, USA) 등 세계 유수의 아트페어, 주요 미술관 전시를 통해 평단의 호평과 관심을 받아왔으며, British Museum의 소장작가로 선정되는 등 현 북구유럽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입니다. 특히, 중소형 켄버스에 회화의 즉흥성을 배제하고 치밀한 구상과 오랜시간에 걸친 세밀한 묘사를 통해 그려진 작품들에선 일견 실용적 사고에 입각한 독특한 미적감각을 키우고 발전시켜온 북구유럽인의 특징이 서려있음이 이채롭습니다.
《Diplopia(複視, 복시)》는 한개의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 즉 ‘double vision’을 뜻합니다. 이는, 이번에 전시될 옌 팡지, 칼 하무드의 작품은 그들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이미지들을 혼용하거나, 대상의 이중노출 또는 각 작품이 가진 중의적 의미가 은밀히 강조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Fänge와 Hammoud가 연출하는 이미지의 형상화는 종종 각양각색의 특정 용품에 대한 그들의 공통 관심사에서 뿐만 아니라 예술사에 대한 그간의 작가들의 탐구로부터 유래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각 작품이 기초하고 있는 작가의 고유한 경험, 예술사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감안한다면 옌 팡지의 작품 〈Vitrine〉(2012)의 해지고 엷은 색깔이 어려있는 스카프들이나 또는 칼 하무드의 〈SYnthesis〉(2012)에서 짝짝이 신발이 실물을 바탕으로 탄생했음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두 작가는 자연에 존재하거나 허구적 이미지들을 다양한 미적 기법을 통해 가공합니다.
미스테리한 인물이 미지의 공간을 돌아다니고 있는 옌 팡지의 작품에서는 이미지의 형태와 컬러가 포스트 큐비즘적 스타일로 흩어지며 해체됨이 관찰되는데,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이미지 간 상이함을 부각하기 위해 (각 이미지를 구성하는) 컬러는 활발하며 밀도있게 표현되었습니다.
칼 하무드의 작품에서 대상들은 단단한 모서리와 그러면서도 침잠하게 일렁거리는 희미한 빛으로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빛의 각도에 따라 세밀하게 반응하는 이미지로 구성된 작품들은 시 종일관해 보이는데 여전히 그 이미지들은 찰나의 존재 또는 누군가/무언가의 부재에 의해 강조되고 있습니다.
전시 타이틀인 《Diplopia》가 강조하듯,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공통되는 기반과 상이한 차원으로의 여행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관람자는 공통의 분모를 가진 두 작가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두 개의 차원을 가진 하나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