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아스 레너: Unintended Consequences

29 March - 11 Ma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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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자신만의 독특한 추상회화를 통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는 라이프치히 출신 추상화가 토비아스 레너(Tobias Lehner, b. 1974)의 개인전 《Unintended Consequences》를 3월 29일부터 5월 11일까지 개최한다.

 

21세기 최초의 진정한 예술적 현상(The 21st century's first bona fide artistic phenomenon)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네오 라우흐(Neo Rauch, b. 1960)라는 걸출한 페인터를 주축으로한 일군의 라이프치히 페인터들은 구동독(East Germany, 1949-1990) 지역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자양분 삼아 Old Leipzig School의 유산인 구상회화 중시의 전통을 새롭게 풀어냄으로써 단시일에 현대미술의 주류 세력으로 부각됨과 동시에 세계적인 회화의 신르네상스를 불러온 주요한 한 축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러한 풍토를 감안할때 추상회화에 기반을 둔 토비아스의 작품 세계와 그간 라이프치히 대표 작가로서의 꾸준한 지명도 상승은 다소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구동독 미술계가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Socialist Realism의 영향권에 상당 기간 놓여있었고 그 기간동안 추상회화는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왔는데 이는 추상회화가 가진 본질적 성격인 주제의 모호성, 의미의 내밀성, 해석의 자율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따라서 이러한 미술사적 환경하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추상회화를 추구해온 토비아스는 라이프치히 식 추상회화의 특징과 전통적 화풍과의 연계성을 살펴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요한 창구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일단 그의 작품은 추상회화의 기법적 큰 축인 즉흥성이 최대한 절제되어 있다. 밝은 계조의 형형색색 불특정 면과 선의 조합이 그의 작품의 주요 요소인데 이러한 하나하나의 이미지들이 캔버스를 자유롭게 유영하기 보다는 작가에 의해 섬세하게 통제되어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프렉탈 구조가 언뜻 불규칙한 형태를 보이지만 정교한 수학적인 접근을 통해 형태적 패턴이 해석 가능하듯, 토비아스는 면과 면의 겹침과 각 레이어의 위치를 마치 사전에 정해놓은 듯 묘사함으로써 각 유기체가 자신의 공간과 역할을 가지고 위치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조성한다. 드립핑 조차도 일정한 간격과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유영하는 이미지들에게 시간적 흐름이 일어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메트로놈이기도 하고 자칫 엄숙해 보일 수 있는 촘촘한 통제에 여유를 부여하는 기저로 작용하기도 한다.

 

토비아스는 스스로도 음악이 자신의 작품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함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음악이 전달 매개체인 공기를 타고 공간으로 펴져나가는 방식의 시각화에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다수의 작품에서 최하단 레이어에 묘사되어 있는 동심원 위에 덧입혀진 이미지들은 음악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듯 자유로운 유동체가 되어 캔버스 위에 표현되었고, 습지로 흘러드는 강의 지류와 같은 형태를 띄며 복잡한 그러나 의도된 시각적 감흥을 유도한다. 전체적으로 추상적인 이미지들과 기하학적 도형간의 뚜렷한 대비, 그리고 음악이 흐르듯 퍼져나가는 이미지들이 인접한 빈 공간과의 엮어내는 유기적 하모니를 중시하고 있다. 마치 수십개의 악기가 협주를 통해 난해한 현대음악을 연주하지만 유능한 지휘자의 능숙한 통제를 통해 좀체 드러나지 않을 것 같던 리듬감과 음색을 집어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