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 반 덴 브룩: Sign Waves

27 August - 8 Octo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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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세계적인 명성과 함께 유럽의 차세대 대형 페인터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는 쿤 반 덴 브룩(Koen van den Broek, b. 1973)의 세 번째 개인전인 《Sign Waves》를 8월 27일부터 10월 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기도 한 ‘Sign Waves’는 작가가 작품 제작 내내 염두에 두고 있던 개념이자 각각의 작품과 직접적으로 또는 관념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일종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Havana〉(2015), 〈Fence/Dia Beacon〉(2015) 등 특정 지역의 도로변을 포착한 작품에서는 도로명, 회전 방향들이 쓰여있을 법한 채색된 철골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러하듯 상단에 위치하고 있을 사인(Sign)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는데, 이러한 부재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면서 익숙함 속에서 낯섦이 느껴지는 언케니(Uncanny)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촬영된 사진에서 회화로 옮겨진 대상은 작가에 의해 색상이 변형되고 이미지가 강조, 축소되면서 애초 현상된 이미지와의 괴리가 영원히 고착된다. 무명의 장소를 작품 주제로 줄곧 삼아온 작가의 접근 방식에서 사인은 사인이 아닌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두 세가지 원색의 파동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특정한 리듬감을 공유하면서 산재해있는 시리즈는 마치 카날레토(Canaletto, 1697-1768)의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던 베니스 운하의 부드러운 해수면을 크게 확대해 놓은듯하다. 유동적인 대상의 필수 요소인 시간의 존재를 묘사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비움인데, 베이지색으로 두껍게 칠해진 표면은 물결의 진행 방향을 암시하는 동시에 작품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동적인 피사체는 시각적으로 찰나의 순간이 계속 연결된 형태이므로, 피사체인 물결(Waves)들은 동일한 형태로 다시는 존재할 수 없고 이는 작가가 견지해온 접근 방식에 부합하게 된다. 비워진 채로 남겨진 공간이 아닌 무엇인가로 막 채워질 공간이 강조된 화면 구성은, 전작에서 기하학적 선과 색면의 덩어리에 집중했던 작가가 앞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말의 힌트가 된다.

 

엄격한 화성학하에서 탄생된 수많은 고전음악의 멜로디와 형식들이 후대 음악가들에게 오랫동안 걸쳐 새로운 창작물을 배양해 내는 토대가 되었듯이, 〈Cut Away #3〉(2015)는 작가가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 1927-2011)의 조각 작품에서 모티브를 취한 작품이다. 체임벌린이 도색된 폐차의 몸체를 이리저리 두드리고 서로 결합하여 원색의 도료와 거칠게 재가공된 금속이 만들어내는 정제되지 않는 역설적으로 반현대적인 에너지의 분출을 보여줬다면, 쿤의 작품은 방향성을 지닌 원색의 선들이 겹치고 굴곡을 만들어내며 사각의 캔버스 위로 급작스럽게 퍼져나가는 형태이다. 오렌지색, 청색, 노란색 등 원색의 선들은 화면을 가득 채우며 3차원적인 체임벌린의 에너지감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계산된 방식으로 2차원 평면에 풀어낸다.

 

쿤에 따르면 현대미술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긴 파동을 가지며 현재까지 흘러왔고 그 파동 안에서 수십 년 전 체임벌린의 파격적인 조각 작품과 자신의 작품이 각각의 입자로써 존재하며, 파동 선상에서 서로 이어지고 있는 느낌을 재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미국 SFMoMA, 벨기에 S.M.A.K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와 미술관 등에서 활발한 전시를 이어가고 있으며 SFMoMA, LA County Museum(USA), Leeum Collection(Korea) 등 주요 미술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는 등 국제 미술계의 호평과 주목을 받고 있는 쿤의 세 번째 개인전인 《Sign Waves》는 8월 27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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