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드리센: Stef Driesen

11 March - 12 Apri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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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스텝 드리센(Stef Driesen, b. 1966, Belgium)의 개인전을 3월 11일부터 4월 12일까지 개최한다.

 

2012년 갤러리바톤에서 열렸던 《Belgium Contemporay Now》를 통해 전과 확연히 구별되는 추상 회화를 처음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보다 자유분방하고 과감하며, 주관적 조형의지에 대한 작가의 이론적인 토대가 확고히 반영된 신작들을 소개한다. 

 

스텝이 추구하는 추상회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전작에 대한 고찰이 선행됨이 바람직한데, 이는 전작과 신작간의 표현 방식과 묘사 대상의 시각적인 드러남이 극단적인 차이를 보임에도 그의 전작, 주로 풍경화에서의 묘사 대상이 지닌 내재적 특징과 분위기가 추상회화의 외형적 형태의 근간을 이루고, 특히 개념적으로 의미있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묽게 희석시킨 유화를 바탕 화면에 반복적으로 칠함으로서 색면의 층위를 형성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는 번짐과 농담의 역전을 거듭하며 캔버스를 이분할 하거나 고르게 넓게 분포하는 형태를 띠게 된다. 반면, 짙고 특정한 방향성이 강조된 기하학적인 이미지는 이러한 표면의 상부, 즉 색면의 최상단에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이는데, 확연히 하나의 경계를 이루며 캔버스 전체의 표정을 결정하고 동시에 긴장감과 역동성을 가미한다.

 

강한 톤으로 표현된 일종의 이미지가 풍경화의 근간을 이루는 묘사 대상을 축약하여 나타낸다면 비정형적 형태로 화면 전반에 산재해있는 색면은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주변 현상들, 즉 시간의 흐름과 낮과 밤의 교차, 계절의 변화 등이 빚어내는 계와 계의 오버랩, 유동적인 상황의 포착에 주력하는 듯하다. 

 

동시에 작가는 자연계 또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특정한 대상이 쉽게 연상되지 않는 색을 선별하여 사용함으로써 전작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시도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위 비물질적 색채의 의도적인 선택은 특정 대상과의 연계성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추상성을 강조하는 장치가 된다. 

 

색채와 형태, 그리고 크기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매트(Matte)한 표면에서 이뤄내는 작가 고유의 추상적 표현은, 하나의 장을 형성하면서 부유하듯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람자에게 해석을 요하는 대상보다는 일종의 느낌, 감정과 유사한 형태로 전달된다.

 

특히, 즉흥적이지만 동시에 절묘하게 통제된 붓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흔적들은 마치 아주 가는 실로 직조한 다양한 색의 옷감이 캔버스 전체에 걸쳐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자아내며, 현란한 겹침이 만들어 내는 투명과 불투명의 경계를 체험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