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드리센 Belgium, 1966

Overview

스텝 드리센은 묽게 희석한 유화를 바탕 화면에 반복적으로 칠해 색면의 층위를 형성하는 작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는 번짐과 농담의 역전을 거듭하며 캔버스를 이분하거나 널리 분포한다. 반면에, 짙고 특정한 방향성을 강조한 기하학 이미지는 표면의 상부인 색면 최상단에 자리 잡아 확연히 하나의 경계를 이루며 긴장감과 역동성을 드러낸다. 드리센이 의도적으로 비물질적 색채를 선택하는 행위는 특정 대상과의 연계성을 사전에 차단해 추상성을 강조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색채, 형태, 크기를 달리하며 이뤄내는 작가 고유의 추상적 표현은 부유하는 듯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는 관람자에게 해석을 요구하기보다는 일종의 느낌이나 감정 등의 형태로 전달된다. 특히, 즉흥적이면서도 절묘하게 통제된 붓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흔적은 마치 가느다란 실로 직조한 다양한 색의 옷감이 캔버스 전체에 걸쳐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자아내며,
현란한 겹침이 만들어 내는 투명과 불투명의 경계를 체험하도록 이끈다.

스텝 드리센의 표현력이 돋보이는 화면은 감정적, 신체적 관능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과 자연을 주제로 확장된 그의 작품들은 감춰진 인간의 형태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풍경과 추상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보인다. 이는 낭만적인 숭고함과 영원할 수 없는 인간적 속념을 담고 있다. 묽은 대지, 격앙된 음색 그리고 섬세한 붓놀림은 마치 꿈과 같은 지형을 선사하며, 회화의 물성을 상실과 사색, 욕망이 상기되는 덧없는 들판으로 옮겨온다. 심리적 공간과 유형적 공간의 경계가 흐려진 그의 그림은 인간의 연약하고 영웅적인 본성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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