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 자이어

30 August - 30 Sept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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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김윤철(Yunchul Kim, b. 1970)의 개인전 《자이어(Gyre)》를 8월 30일부터 9일 30일까지 압구정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전자음악 작곡가이자 시각 예술가로 한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김윤철이 신작 키네틱 설치를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다.

 

김윤철은 유체역학과 메타물질의 예술적 잠재성을 발견하는 작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입자와 유체, 자기장, 납과 수은 등 물질이 지닌 성질을 연구하며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찾는 그는, 과학 물질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질료의 성질을 연구해 예술작품에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인공물질을 다루지만 그는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나아가 문학, 고전 회화, 철학과 이론을 바탕에 둔 담론에 주목하면서도 물질을 직접 경험하고 만지는 행위에 가장 중점을 둔다. 그가 끊임없는 아이디어 스케치와 실험을 거쳐 만든 결과물은 전통적인 예술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시각효과를 자랑한다. 마치 3D 환영과 같은 특수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김윤철의 신작 〈세 축을 가지는 기둥〉과 〈나선〉 역시 환상적인 일루젼을 선사한다. 나선형, 소용돌이를 뜻하는 《자이어》라는 전시 제목처럼 그가 만든 물질은 마치 파도와 같은 특수한 결을 만들며 수직하고 하강한다. 각기 다른 성질의 물질을 하나의 유리관에 넣었을 때, 그 물질은 서로 섞이지 않은 채 하나의 경계면을 만든다. 유체의 열팽창과 열전도성의 차이로 물질은 실내의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움직인다. 유체가 만들어낸 경계면은 때로는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위아래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외부의 물리적인 개입이 없이도 유체는 유리관 밖의 세계와 에너지를 교환하며 미세한 출렁임을 멈추지 않는다. 유리병 속에서 움직이는 두 유체는 우주적인 감각을 일깨우며 관람객의 시각을 자극한다.

 

이처럼 김윤철이 다루는 물질은 각기 고유의 성향을 지닌다. 작가는 각 물질이 지닌 성질이 인간이 감각하고 인식하는 세계 너머에 있다고 말한다. 단지 인간의 사고만으로는 물질의 고유 성향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할지 예측할 수 없다. 작가는 마치 파도처럼 자유자재로 결을 만드는 작품 앞에 선 관람객에게 ‘근원적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사물을 구성하는 유체로만 존재했던 특수한 물질을 겉으로 끄집어낸 작품을 통해, 관람자가 물질의 근원을 직시하고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과학 물질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움직임은 마치 사운드의 파장을 연상시키며 갤러리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광경을 제공한다. 과학의 세계를 예술로 끌어온 김윤철의 작품을 감상하며 익숙한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근원을 상상해볼 수 있다.

 

김윤철은 ‘스튜디오 로쿠스 솔루스’ 설립자이자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 ‘매터리얼리티’의 연구책임자로, 2016년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수여하는 콜라이드 국제상(COLLIDE International Award)을 수상했다. 송은아트스페이스, 대안공간루프, 베를린 쿤스트하우스 베타니엔(Kuenstlerhaus Bethanien), 이리 스베스트카(Jiri Svestka)의 개인전을 포함,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서울시립미술관, 중국국립미술관(National Art Museum of China), 오스트리아 응용미술관(Austrian Museum of Applied Arts), MoMA(온라인)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