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 로이: 스프링
갤러리바톤은 5월 17일부터 6월 17일까지 압구정동 전시 공간에서 로사 로이(Rosa Loy, b. 1958)의 개인전 《스프링(Spring)》을 개최한다. 평면회화의 부활을 예고하며 1990년대부터 입지를 다진 ‘신 라이프치히 화파(NLS, New Leipzig School)’의 주축 작가인 로사 로이가, 여성을 주체화하는 표현방식과 낭만적인 컬러로 만들어낸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다.
로사 로이는 역사, 상황, 경험을 바탕으로 꿈, 희망, 다가올 미래를 그려내는 독일 대표 페인터다. 작가는 색상과 형태의 명확한 구성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어떤 영감에든 열린 태도를 취하며 순수성과 자유로움을 강조한다. 시공간을 모호하게 하는 배경 표현과 대상의 섬세한 묘사법이 만들어내는 조합은 작가의 독특한 감성이 힘을 발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낭만적인 컬러는 우유 단백질 중 하나인 카제인을 함유한 페인트 덕분이다. 카제인은 고대 프레스코화에서 주로 사용한 고전 매체로 매력적인 컬러와 바래지않는 보존법을 자랑함에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아크릴과 유채의 발달로 인해 쓰임이 덜했다. 하지만 카제인이라는 재료는 로사 로이를 매료시켰고, 첨가물 없는 순수한 색을 직접 만들어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신비로운 화풍을 탄생케 했다.
또한, 로사 로이의 작품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여성이다. 인물, 특히 여성에 주목하는 작가는 여성의 노동, 여가, 취미 활동 등 모든 행위를 능동적이고 스스로 주체화하도록 묘사한다. 여성은 삶의 적극적인 행위자로서 화면의 중심을 지배하며, 필요한 것을 추구하고 행동하는 방식도 타인이 아닌 자기충족에 가까운 의지를 따른다. 이렇듯 작품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관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하는 로사 로이에게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의 동등함을 의미한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일하며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그녀의 신조는 작품 속 여성의 자아도취된 표정과 적극적인 동작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사회와 가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믿는 그녀의 작품은 현 시대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로사 로이는 베를린 험볼트대학교(Humboldt University) 원예학을 전공한 후, 라이프치히 비쥬얼 아트아카데미(Academy of Visual Art)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페인, 미국 등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하며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MoMA, LA MoCA, 라이프치히 조형예술박물관(Museum der bildenden Künste Leipzig), 더치뱅크(Deutsche Bank) 등 전 세계 주요 기관 및 개인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