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너스 반 데 벨데: On Another Plane of Existence
갤러리바톤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Belgian, b. 1983)의 개인전 《On Another Plane of Existence》를 5월 27일부터 6월 27일까지 개최한다. 설치, 비디오, 회화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리너스는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벨기에 S.M.A.K.(2016), 네덜란드 Stedelijk Museum(2012), 스페인 CAC Málaga(2013), 베이징 CAFA Art Museum(2014) 등 명망있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 미술계와 평단의 주목을 한껏 받아 왔다. 갤러리바톤에서의 이번 전시는 2021년 스위스 Kunstmuseum Luzern, 벨기에 BOZAR 미술관의 대형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페인팅, 드로잉, 비디오, 세라믹 등 다양 한 매체를 통하여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리너스의 작품은 ‘가상과 실재’라는 그 확연하고 동시에 모호한 정의와 그 둘 간의 관계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인용의 서사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구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는가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딜레마가 생기는데, 픽션과 동일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도 그것이 누구에겐가 관찰되거나 기록되어야지만, 논픽션의 영역으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미디어의 헤드라인으로 많이 접하는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라는 문구는 그 둘 사이를 가르는 지점이 생각보다 깊지 않고, 확률적으로 단지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상과 실재, 그리고 그 느슨한 경계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리너스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리너스의 평면 작품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그 아래 독립적으로 텍스트가 위치하는 레이아웃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구조이며, 그러한 형태는 자연스럽게 묘사된 사건이나 현장에 대한 사실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구조는 대량 인쇄를 기반으로 한 활자 매체가 탄생한 후부터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는데, 현대에서도 매거진, 도록, 디지털 매체 등에 광범하게 쓰이고 있다. 만화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텍스트를 처리하는 방식—말풍선, 또는 화면 내부에 활자를 병립—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이러한 전통적 레이아웃의 차용은, 작가가 묘사하는 상황에 현실감을 제고하고 이미지와 텍스트 간의 알레고리를 계속 유추해 보도록 우리를 부추긴다.
작가에게 있어 소재의 원천은 자신이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사진, 매체에서 인상 깊었던 이미지나 문학이나 뉴스 기사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이벤트에 대한 주관적인 상상이다. 빠른 필치와 재료의 특징을 적극 드러내는 방식의 검은 차콜 페인팅. 흑백 신문이 당연시 여겨지던 시절에는 인쇄된 이미지의 진실성과 원전성의 힘이 존재했었다. 그의 차콜 페인팅은 회화의 긴 발전 역사에서의 현대성을 양보하지 않은 채, 흑백 매체가 융성하던 시대의 포맷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자신의 창작물에 동일한 권위를 은연중에 부여한다. 알랭 바디우(Alain Badiou)의 고찰처럼, 검은색은 노골적으로 허무주의적이며 치명적이다. 특히, 그가 언급한 인류 역사상 검은색 깃발의 용처를 보면, 체제 전복적이기까지도 하다. 리너스의 차콜 페인팅은 정지된 듯한 이미지의 고요함과 시적 문구의 이상적인 결합에도 불구, 무엇인가 이면의 진실과 움직임이 도사리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최근에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소형 컬러 드로잉을 비중 있게 선보인다. 기존의 리너스의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 웠던 컬러풀한 이미지는 검은 차콜 페인팅과 동일한 레이아웃을 유지하나, 그 크기로 인해 보다 소소한 이벤트 혹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풍의 정지한 듯한 풍경을 보여주는 듯하다. 차콜 페인팅이 보다 전통적인 매체의 오마주라면, 컬러 드로잉은 색채의 가미와 상대적인 가시성의 증가로 보다 현대적이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디지털 포맷을 연상시킨다.
메인 전시장 옆 블루 바톤(Blue Baton)에서는 리너스의 비디오 신작인 〈The Villagers〉(2017-19)가 상영된다. 장장 3년에 걸쳐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목재와 골판지로 총 17개의 스테이지를 만들고, 특정한 대본없이 작가 자신과 그의 갤러리스트, 동료와 친구들이 배우로 참여 하여 제작된 싱글 채널 영상 작품이다. 프랑스의 알프스 산 부근의 작은 마을인 듯한 설정에서 3인칭 시점 아래 여러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공간에서 포착되며, 대사나 서로간의 대면 없이 롱테이크(long take)의 장면 전환이 반복되는 구성이다. 간간이 소음과 일상에 매몰된 듯한 군상들의 움직임만이 전개됨에도 불구, 표면적으로 건조함이 지배하는 화면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존재한다. 등장인물의 설정이 자신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들의 면면과 유사하다는 작가의 부연은, 이 작품 또한 그 간의 다른 비디오 작품들과 연계되어 일종의 자전적인 픽션을 구축하는 과정임을 암시한다. 상업 영화의 촬영 장비와 기법으로 공들여 제작되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드러나는 실내 장식과 사물들의 조악함은, 해당 영상이 픽션에 근거한 가상의 상황임을 계속 환기시키는 장치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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