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바톤: 비정형의 향연: 권중모, 김범, 김지은, 박혜수, 오유경, 주세균, 최선, 함진, 허우중, 홍장오, 황학삼

24 February - 26 March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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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2022년 2월 24일부터 3월 26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한국 작가 11명(권중모, 김범, 김지은, 박혜수, 오유경, 주세균, 최선, 함진, 허우중, 홍장오, 황학삼)이 참여하는 단체전, 《하이브리드 바톤: 비정형의 향연》을 개최한다.

 

현대적 큐레이팅의 선구자라고 칭송받는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 1933-2005)의 《태도가 형식이 될 때(When Attitudes Become Form)》(1969)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혁명적인 기획과 참여 작가의 면면에 있어 여전히 회자되는 전시이다. "Works-Concepts-Processes-Situations-Information"의 부제는 그 전시의 성격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다. 통념을 거스르는 물질/비물질의 형태로 존재하는 미술 또는 그것의 새로운 형태라고 불릴 만한 가능성들을 포용했던 선구적인 전시는, 하나의 정제된 결과물로서의 "아트(Art)"가 아닌 작품이라고 명명되기까지의 과정과 거기에 임하는 작가의 태도(Attitude)에 방점을 찍었다.
    
제만이 1969년 전시가 열렸던 베른 미술관(Kunsthalle Bern) 디렉터로써 작성한 기획서에서는, 미국 서부 출신의 영 아티스트가 주축이 된 실험적이고 다원주의적인 신경향을 아우르는 전시의 타이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정형화된 형태에 반한 시도들, 개인적이고 감정적 발현의 총 합체이기도 했던 작품들은 그런 연고로 하나의 사조가 아닌 "관찰된 현상"으로 그에 걸맞은 이름을, 이미 전설이 된 타이틀이 부여되었다.
    
그룹핑(Grouping)에 대한 강박은 그룹전의 가장 큰 적이기도 하다.  전시 전반을 아우르며 모든 작품에서 시각적으로 발현되는 유사한 이미지나 분위기에 대한 유혹은, "최대 다수의 이해와 호의"라는 SNS 시대적 분위기 앞에서 더욱 배가된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현대 미술을 정의할 때 빠지지 않는 "동시대"라는 전제 조건과 모순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일률적인 전시 구성과 비슷한 맥락의 작품들 사이에선 여간해선 작가들의 미묘하고 독창적인 시도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만의 주장은 다양한 시도의 욕구와 관례의 절충 가운데서 고심하고 있을 후대의 기획자들에겐 든든한 선언이 아닐 수 없다.
    
"Hybrid Baton (하이브리드 바톤)"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챕터투의 기획에 공동 참여해 온 바톤이 그 간 다양한 기획안에서 함께해 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하여 선보이는 전시이다. "Atypical Feast (비정형의 향연)"은 각각의 작품에 임한 작가들의 의도를 충실히 대변한다. 자신의 조형 의지에 적극 부합하는 'form'과 'material'을 적극적으로 탐구한 과정의 결과물들은 우리에게서 즉각적인 감흥과 수긍을 요구하지 않는다. 동시에, 이는 구상과 평면 회화가 리드하는 현재의 트렌드에서, 현대미술사의 시기별 여정과 그 분화 과정에 대해 숙고하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제한된 언어로 표현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는 감상들, 그러기에 작가가 생각한 최적의 포맷으로 분한 "비정형 작품"들은 단순하고 명쾌한 메시지를 거부하기에 우리 스스로 그 작품에 더욱 다가가며 머물고 돌아보게 한다.
    
결국, 이 전시에 최적화된 감상의 태도는 반세기 전에 제만이 던진 의미심장한 권유를 충실히 따른다.

"LIVE IN YOUR HEAD (당신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 이 전시는 챕터투의 전시와 레지던시에 함께 참여하고 교류해 온 모든 작가들과 챕터투 구성원, 그리고 진일보한 메세나 정신을 실천해오며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준 (주)유파인메드의 기여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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