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과 대상에 반하여: 탑타, 칼 안드레, 최지목, 리암 길릭, 송번수, 수잔 송, 로버트 맨골드, 히로토 토모나가, 카즈코 미야모토
갤러리바톤은 2026년 첫 전시로 미니멀과 추상의 접점 그리고 그것의 실천적 파생을 탐구하는 단체전, 《Against Ornament, Against the Object (장식과 대상에 반하여)》를 1월 14일부터 2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송번수, 칼 안드레(Carl Andre), 로버트 맨골드(Robert Mangold), 리암 길릭(Liam Gillick), 카즈코 미야모토(Kazuko Miyamoto) 등 동서양의 거장들을 포함한 총 9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미니멀한 형식을 느슨하게 공유하는 작품들을 통해 객체, 관계, 참여에 대한 서로 다른 미학적 접근 방식이 어떻게 병존하는지를 살펴본다.
「장식과 대상에 반한다」라는 전시명이 함축하듯, 20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미니멀 아트와 회화적 추상미술은 서사나 상징에 기반한 재현을 거부하고 작가의 주관적 표현을 절제하며, 관람자가 작품과의 조우 속에서 자신의 신체성과 공간적 위치를 어떻게 자각하느냐는 문제에 집중해 왔다. 그렇기에 작품의 의미는 미리 정해진 이야기로 귀결되기보다, 각자의 지각과 경험의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이러한 흐름 이후 전개된 포스트-미니멀(post-minimal) 및 포스트-추상적 실천들은 이러한 형식을 유지하거나 변주하면서, 추가로 작품을 ‘보게 만드는’ 조건(배치, 맥락, 규칙)을 가시화하고 이를 작품의 일부로 다루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본 전시는 이러한 두 흐름을 하나의 관점으로 통합하기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교차시키며 각 작품이 지닌 고유한 조건과 차이가 어떻게 존중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장이기도 하다.
칼 안드레(Carl Andre, 1935-2024, US), 탑타(Tapta, 1926-1997, Poland), 카즈코 미야모토(Kazuko Miyamoto, b. 1942, JP)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형식의 개방성과 물질의 직접성이다. 이 작가들은 작품을 관계나 담론의 도구로 환원하기보다, 물질과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경험 자체를 통해 미술이 언제나 신체와 상황에 열려 있음을 드러낸다. 정사각형 아연판, 이등변 삼각형의 네오프렌(neoprene), 엄밀한 규칙 아래 검은색 벽에 설치된 못과 실 등 이들의 작품은 재료와 배치 방식에서 언뜻 경공업적인 인상을 띠며, 동시에 작가의 주관적 흔적은 최대한 배제된다.
로버트 맨골드(Robert Mangold, b. 1937, US)와 수잔 송(Suzanne Song, b. 1974, US)은 회화가 사유와 감각적 서사를 담아낼 수 있는 미디엄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색과 선, 반복을 통해 기하학적인 화면 구성을 탐구해 왔다. 이들의 작품은 미니멀한 형식을 취하지만, 입체적 조형물의 물리적 존재에 의존하기보다 회화 내부에서 작동하는 관계와 분할을 통해 시각적 구조를 형성한다.
관계 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리암 길릭(Liam Gillick, b. 1964, UK)은 개념적 미니멀리즘을 전략적으로 차용하여 이를 제도 비판의 장으로 확장해 왔다. 텍스트와 산업 구조물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업은 미니멀한 형식을 매개로 제도, 노동, 시스템과 연관된 담론을 활성화하는 시각적 촉매로 기능한다.
송번수(Song Burnsoo, b. 1943), 최지목(Jimok Choi, b. 1981, KR), 히로토 토모나가 (Hiroto Tomonaga, b. 1997, JP)은 자신의 삶의 궤적과 신체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을 절제된 시각 언어로 다루어 왔다. 중심과 외부라는 이분법적 화면 구도는 이들이 포착하고자 하는 긴장된 상황과 감정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에게 미니멀리즘은 종결된 양식이 아니라, 관계와 감정이 스며들 수 있는 유연한 언어로 재전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