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페인터스 I : 악셀 크라우제, 크리스티안 브란들, 로사 로이, 틸로 바움가르텔

7 September - 11 October 2011
Installation Views
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21세기 최초의 진정한 예술적 현상(The 21st century’s first bona fide artistic phenomenon)이라는 평가와 함께 90년대 이후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 라이프치히의 대표작가 그룹전을 개최한다.

 

데미안 허스트로 대표되는 영국 골드스미스 칼리지 출신 젊은 미술가들이 파격적인 주제와 작품 소재의 극한을 시험하며 국제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yBa(Young British Artists)로 불리우며 세계 미술사조에 큰 자취를 남겼듯이, 라이프치히 작가들은 소위 New Leipzig School이라고 불리면서 yBa와 함께 유럽이 지정학적 측면에서 현대미술의 주류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중국이 마오 시대(Mao Zedong)의 정치·사회적인 유산을 자양분으로 Political Pop Art라는 특유의 미술사조를 발전시켜온 것처럼 라이프치히 또한 구동독(East Germany, German Democratic Republic, 1949-1990) 지역이라는 역사적 특수성과 이로 인한 공간적 단절 및 표현 자유의 제한을 경험하였고 이는 라이프치히 작가(Leipzig Painters)라는 차별성을 구축하게끔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다시 말해 냉전시대에 라이프치히를 감싸던 철의 장막(Iron Curtain)은 단순히 지역적인 고립만을 야기하는데에서 더 나아가 2차대전 이후 추상표현주의를 필두로 숨가쁘게 진행되어온 신 미술사조의 큰 흐름에서도 역설적으로 라이프치히 미술계를 ‘지켜주게’ 되는데, 즉, 전통적인 회화가 강조하던 인체의 표현, 원근법, 배색, 화면 구성 등에 충실한 풍토가 중시되고 지속될 수 있는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구상회화의 중시, 사회주의 미술(Socialist Realism)의 획일성 등 공산정권 치하의 미술계가 가졌던 특징이자 한계는 통일 독일 출범 후 라이프치히가 목도한 사회적 현상, 즉 급작스러운 정치 사회적인 격변, 고실업률 및 인구의 감소, 이데올로기적 혼돈, 파괴와 건설의 혼재 등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고전적인 테크닉으로 무장한 라이프치히 작가들에게 풍부한 창작의 소재로 작용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스토리를 가늠키 어려운 인물과 사물의 배치, 시대적/공간적 모호함, 관찰에 근거한 대상의 세밀한 묘사 등은 이미 해당 지역 출신 작가 중 거장의 반열에 오른 네오 라우흐(Neo Rauch, b. 1960)를 위시한 라이프치히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요소인데, 실질적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콜렉터층의 열렬한 러브콜을 받고 있고 주요 아트페어와 공공 미술관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받고 있음을 감안할때, 라이프치히 작가들이 ‘회화의 신 르네상스’를 불러왔다는 점에는 큰 이의가 없을듯 하다.

 

이번 그룹전에서 선보이는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세대와 성별 구성은 상이하지만 그들의 작품들에서 ‘Leipzig Painter’라는 공통 분모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미적 유희이다. 작가의 작위적인 변형 또는 왜곡 없이 표정 및 의복의 세밀함까지 강조하여 묘사된 인물과 사물 및 그들간 상호작용의 묘사, 음영의 표현과 공간 구성, 배색의 고려 등 회화적 테크닉의 충실한 구현, 상상과 현실이 혼재된 듯한 시공간적 모호함 등이 관찰되는데, 이는 서두에서 언급한 라이프치히 출신 작가들의 고유한 특성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