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제 오즈볼트: Greetings from a Far Away

28 November 2019 - 3 Januar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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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11월 28일부터 2020년 1월 3일까지 조르제 오즈볼트(Djordje Ozbolt, b. 1967)의 개인전 <Greetings From A Far Away>를 개최한다. 회화, 드로잉, 조각 등 여러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넓혀 온 작가가 2017년 전시에 이어 갤러리바톤과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이다. 특히, 올 11월 말까지 열리는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세르비아 국가관 작가로도 참여 중인 오즈볼트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만의 위트와 성숙한 필치가 돋보이는 신작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오즈볼트는 극렬한 사회적 충돌과 내전이라는 참화를 피해 떠나야 했던 유고슬라비아에서의 유년 생활과 영국에 정착한 후 근 30여 년간 유럽의 문화 중심지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체득한 개인적인 감정과 관점 등을 작품에 집약적으로 축적한다. 그가 재해석한 다양한 사건과 사고, 미디어에서 발췌한 이미지, 여행지에서 경험한 색다른 문화, 작가가 소장한 방대한 논픽션 서적에서 끌어온 콘텐츠 등은 캔버스와 공간에 전혀 다른 느낌과 존재로 자리 잡으며,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에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을 불어넣는다.

 

오즈볼트의 작품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상상에서 볼법한 이미지의 등장이다. 그의 조각과 회화에선 다양한 동물, 인물, 오브제가 낯선 환경에 천연덕스럽게 존재하며 의외의 행동을 감행한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에서는 외계 행성에 있는 듯한 푸른 낙타, 의인화된 팔레트, 찬란한 색상의 돼지, 조각을 감상하는 원숭이 등이 관람객을 의식하는 듯한 자세로 풍경(landscape)을 배경으로 묘사되어 있다. 작가에게 있어 이러한 풍경의 활용은 의미심장한데, 근대 이전의 ‘전통 회화’에서 인물이나 서사의 묘사에 있어 반드시 등장하던 이러한 화면 구성 기법의 차용은, 그의 작품에서 묘사되는 대상에 격을 부여함과 동시에 의인화의 장치로 작용한다. 이처럼 기존 개념을 비트는 다소 극단적인 구성의 부조화는 오즈볼트 작품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원시미술, 입체주의, 사실주의, 초현실주의 등 여러 예술 사조를 연상시키면서도, 한 가지 유형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독창적인 조형 어법을 구사한다.

오즈볼트는 형식적인 표현법을 지양하고, 일반적인 관행이나 관례를 따르지 않는다. 캐릭터나 오브제 사이의 관계를 비틀어 이질감과 소외감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익숙한 자연의 섭리와 대조를 이루는 무질서를 탐구한다. 그가 다중적인 요소와 공간을 통합해 펼쳐 보이는 초자연적 공상 세계는 마치 사이키델릭한 환각이나 꿈처럼 작용하며, 일차원적인 상상 단계를 넘어선다. 허를 찌르는 오브제와 아이콘을 조합해 만들어낸 화면에서는 질서와 무질서가 역설적으로 공존한다. 이 지점에서 그의 핵심적 작업 주제인 부조화의 미학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부조화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구성 방식, 그로테스크한 설정과 독특한 감각은 절대적인 설득력으로 관람객을 매혹한다. 이로써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오즈볼트가 선사하는 초현실주의적 감성을 공유하게 된다.

 

예를들어, ‘La Vida Loca’(2019)는 총천연색의 타조가 바위 위에서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근대 생물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가 극락조를 처음 발견하고 하였던 유명한 탄식 “….. 아주 오랫동안 이 작은 생명은 어두침침하고 음울한 숲에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는 아름다움을 이어왔다…..”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가진 통념상 이러한 타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즈볼트는 은연중에 질문한다.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의 대표작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One and Three Chairs, 1965) 중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의자는 무엇인가라고. 과연 이러한 타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는 작가의 질문은, 17세기 말 흑고니(Black Swan)를 발견한 후 충격에 휩싸였던 유럽인들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며 상념과 상상 그리고 현실의 경계는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조르제 오즈볼트는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대학교(University of Belgrade)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런던 첼시 스쿨 오브 아트(Chelsea School of Art), 슬래이드 스쿨 오브 파인 아트(Slade School of Fine Art), 왕립 예술원(Royal Academy of Art)에서 수학했다. 하우저앤워스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개최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2017년 갤러리바톤 개인전을 포함,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2006), 홀버른 미술관(The Holburne Museum, 2016), 오사카 국립 미술관(National Museum of Art Osaka, 2012), 자블루도비츠 컬렉션(Zabludowicz Collection, 2010), 뉴욕 화이트 컬럼스(White Columns, 2005) 등 세계 주요 예술 기관의 전시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