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우혁: Arkadia

17 December 2014 - 17 Janu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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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주목받는 젊은 작가 빈우혁(Bin Woo Hyuk, b. 1981)의 개인전 《아르카디아(Arkadia)》를 12월 17일부터 2015년 1월 17일까지 압구정동 전시공간에서 개최한다.

 

1981년 서울 태생인 빈우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학하였고, 현재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작업하고 있다. 목탄과 캔버스라는 범상치 않은 조합의 작품은 하나같이 〈Grunewald〉, 〈Tiergarten〉 등 독일의 지명에서 차용되었는데, 숲이나 공원 등 작가가 자주 찾는 주변 장소에 대한 세심한 탐구와 회화화 시도가 작품의 출발점이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목탄을 세심하게 잘 다스려가며 표현한 촘촘한 풀숲과 나무들, 숲으로 빛이 들어서는 통로인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에 대한 여백 이상의 강조, 순간적인 공기의 흐름과 적막까지 모두 담긴 듯한 호수 등 일견 친숙한 이미지들은 작품 표면에 무작위적으로 흐트러진 형형색색의 ‘점’으로 인해 종국에 작가의 사적인 의식 영역을 내보이는 장치이자 창(窓)이 된다.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코마 상태로 헤매던 자신을 죽음에서 구해냈다고 믿은 펠트 천 담요와 기름 덩어리를 작품의 소재로 적극 끌어들이며, 생과 삶 그리고 예술간의 간극을 자신의 극적인 경험과 그와 관련된 사물을 빌어 메우고 시각화했던 것처럼, 종종 작가에게는 그것이 기억이었던 경험이었던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자신만의 방식과 시간들이 주요한 작품의 소재가 되곤 한다.

 

빈우혁은 특정 시점의 과거로부터 존재했던 감정과 기억들이 뒤섞인 일종의 ‘카오스(Chaos)’가 되어버린 내면을 빈번하게 방문하며 사색하였던 ‘숲’이라는 공간을 통하여 치유하고자 하였지만, 오히려 그것은 과거의 망각이 아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끔 유도하며 평온과 위로를 의미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 즉 ‘아르카디아(Arkadia)’로서 존재하게 된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어원처럼 단순히 이상향이나 낙원이라는 상징적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닌 작가에게 아주 가까이 실존하는 ‘숲’은 그렇게 치유의 매개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의 발화 지점이 된다.

 

실존하는 공간에서의 작가의 주관적 기억의 해석은 작품에 등장하는 ‘점’으로 발현되었다. 또한 ‘점’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있어 시작과 끝이다. 숲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에 언젠가는 ‘점’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고의적이고 인공적인 색의 조합으로부터 느껴지는 이질감과 시작과 끝의 공존으로부터 오는 안정감이 어우러져 작가의 관념적 세계에 머물고 있는 ‘아르카디아’에 대한 시각화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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