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중 :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

4 April - 4 Ma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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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갤러리바톤은 허우중(Hoh Woo Jung, b. 1987)의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Line, Curve, A Colorful Gesture)”전을 4월 4일부터 5월 4일까지 개최한다. 허우중은 사물의 상태나 관념적인 낱말의 조합으로 구성된 모호하고 다분히 철학적인 문장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 이질적인 물체와 도형들이 합심하여 용케 균형을 잡고 있는 화면을 재현해 왔다. 이러한 불안정함과 긴박, 균형과 불균형의 동거에 관한 이미지는 작가가 현대인이 상시적으로 직면하는 불안, 공허, 막막함 등을 회화의 형태로 전달하는 기제로 활용되었다.

근작에서는 사물의 형태가 사라지고 오직 선, 곡선의 합으로만 이러한 콤포지션을 묘사해 내었는데, 뜻밖에도 이러한 극단적인 단순함은 이입감을 가중시키고 대상들 간의 종속 관계를 보다 뚜렷이 하는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화면 하단이 암시하는 무게 중심은 이 공간이 우리에게 익숙한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공간이고, 위태로운 단순한 선과 곡선은 우리 자신 혹은 우리에 결부된 감정들, 사물들로 치환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갤러리바톤과의 첫 번째 전시인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에서 작가는 서두에 '무게 중심'으로 표현되었던, 일종의 근거지이자 물리학이 지배하는 공간을 떠나 무지향적인 공간을 전유하게 되었음을 드러낸다. 이곳에서는 특정한 지향점에 합목적성을 가지며 유기적으로 동조하는 개별적인 이미지들의 총체적인 군집이 사라진 대신, 보다 분절적이고 자유로이 부유하며 필요에 따라 연횡하는 군소 집합의 움직임과 수런거림이 두드러진다.  

<타이어 속 공기>(2019)를 보자. 예외 없이 캔버스의 외곽은 선과 곡선의 합으로 이루어진 기본적인 도형의 형태가 크게 에워싸며, 쉼 없이 회전하거나 곧바로 튕겨 나갈듯한 기세로 도사리고 있는 작은 반원들과 유려하게 휘어진 파상선들을 제지 시키고 있는 듯하다. 마치 지구의 중력장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주의 곳곳으로 즉시 튕겨져 나갈 인공위성들처럼 도사리고 있는 그들을.

바실리 칸딘스키(W. Kandinsky, 1866-1944)는 선과 면은 그것들의 접목 방식에 따라 고유한 색채와 온도를 띈다고 역설하였다. 각 선들이 고유히 가지고 있는 긴장의 정도와 방향, 울림이 내재한 색채를 결정한다고 하였는데, 즉, 수평선은 차갑고 흑색을 띠며 푸른색의 온도감을 가지고 수직선은 따뜻하고 백색을 띠며 노란색으로 발열하고, 선의 합으로 이루어진 '각진 선'은 각각 그것이 인접한 각의 크기가 예각, 직각, 둔각이냐에 따라 각각 노란색과 붉은색, 보라색을 띤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점에서 허우중이 각 작품마다 불러들인 선과 곡선의 합은 단순히 흰색의 캔버스 바탕에 가늘게 그어진 미약한 선들의 무작위적 군집이 아니라, 각기 다른 채도를 담당하면서 화면 전체에 고유한 발색을 드러내는 중심 매체이다. 알파벳 'A'의 형태적 특성이 차용된 유달리 둔각의 각진 선이 반복되는 <A와 B>(2019)는 군데군데 수직선이 만들어 내는 백색이 도드라진 가운데 화면 전체를 보라색이 점유하고 있고, 원형과 직각의 변주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상누각 2>(2019)는 보색 관계인 붉은색과 푸른색이 화면 가득히 분포하며 첨예한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유채와 드로잉과의 상생에 대한 방법론적 탐구에 진력해오고, 거기서 더 나아가 선과 곡선, 도형 등 이미지의 최소 단위가 가진 시각적 반향과 가능성에 대해 천착해 온 허우중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무채색 화면이 빚어내는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선사할 것이다.

허우중은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조형예술 학사 및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포스트 디플롬(Post-diplôme) 과정을 이수하였다.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경기도미술관, 포아시 예술센터(Centre de diffusion artistique de Poissy), 아노네 예술단체(Groupe d'Art Contemporain d’Annonay) 등 한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2018년도 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 지원프로그램, 2017년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정기전시 선정작가로 선정되고 2014년도 정헌메세나 청년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유망한 작가로 떠오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